퀘이사존 컴퓨텍스 타이베이 2019 NVIDIA│엔비디아 컴퓨텍스 2019에서 엔비디아 부스는 대부분의 업체가 들어서 있는 난강 전시 센터(Nangang Exhibition Center)나 하얏트 호텔(Grand Hyatt Taipei)이 아닌 엔비디아 대만 오피스 1층에 마련해놓고 있었습니다. 제약이 있는 부스 공간보다 직접 자사의 사무실 공간을 할애하여, 이번 컴퓨텍스에서 어필하고 싶은 콘셉트를 자유롭게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로 추측됩니다.
하얏트 호텔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에 위치한 엔비디아 대만 오피스는 정문 근처에 큼지막한 엔비디아 로고 판넬로 하드웨어 매체들과 참관객을 맞이해주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엔비디아의 상징과도 같은 초록색 잔디와 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의도된 조형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의 엔비디아 행보로 볼 때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에 굉장히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엔비디아 로고와 함께, 이번 컴퓨텍스 2019 콘셉트에 맞춘 엔비디아 부스가 육안에 들어옵니다. 시장에서의 평가가 갈리고 있는 RTX. IT’S ON 문구가 보이네요. RTX는 사실, 게임에 따라 체감 효과도 다르고, GPU에 대한 부하가 적지 않기 때문에 게이머 입장에서 무조건 환영 받는 기술은 아닙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어떻게든 레이트레이싱(Ray Tracing) 적용 시의 성능 하락을 DLSS와 함께 묶어 상쇄하고 싶어하기도 하죠. 이렇게 논란거리가 되는 기술이기는 하나, 기술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나 근미래적 관점에서 보면 다른 누구보다 빨리 PC 게이밍 영역에 레이트레이싱 이슈에 불을 붙였다는 점은 분명 칭찬받을만 합니다. 실제로 차세대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등의 콘솔게임기 소식에서도 레이트레이싱 기술은 빠지지 않고 있기도 하죠.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볼까요? 컴퓨텍스 행사 첫날 엔비디아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발표했던 내용 중에 엔비디아 스튜디오(NVIDIA STUDIO)를 기억하실 겁니다. 아마도 이게 엔비디아가 어필하고 싶었던 핵심이었던 것 같네요. 부스 내부에서도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제는 엔비디아 스튜디오였습니다.
엔비디아 스튜디오는 4천만 크리에이터 시대에 맞춘 플랫폼 사업의 성격이 강합니다. 쉽게 말해서 영상편집/레이트레이싱/3D렌더링/AI가속 등 다양한 창작 활동에 필요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자원을 엔비디아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제공하겠다는 뜻입니다. 세세하게 풀어보면, 하드웨어로는 엔비디아의 튜링 아키텍처 기반 GPU(지포스/쿼드로)가 필요하겠죠. 소프트웨어 차원에서는 어도비(Adobe)/마야(Maya)/다빈치 리졸브(Davinci Resolve) 등의 애플리케이션에서 GPU 가속을 위한 라이브러리, SDK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프트웨어 지원은 궁극적으로 엔비디아 스튜디오 드라이버(NVIDIA STUDIO DRIVER)를 통해 완성되는 것이죠.
본래 지포스 그래픽카드 사용자에게 익숙한 드라이버는 엔비디아 게임 레디 드라이버(Game Ready Driver, 이하 GRD)였는데요. 여기에 더해 얼마 전 엔비디아는 크리에이터 레디 드라이버(Creator Ready Driver, 이하 CRD)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CRD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해당 드라이버가 이제 엔비디아 스튜디오 드라이버라는 이름으로 계승하는 것이죠.
즉 앞으로 크리에이터를 위한 드라이버는 엔비디아 스튜디오 드라이버라는 이름으로 배포될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주요 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프로파일이 업데이트되는 GRD보다 업데이트 주기는 길겠지만, 크리에이터들에게 적극적인 지원과 사업 역량을 투입하려고 하는 엔비디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드라이버의 경우 튜링 GPU는 물론, 기존의 파스칼(Pascal) GPU 아키텍처도 지원한다고 하니 기존 사용자 입장에서도 환영받을 만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하드웨어적 관점에서 엔비디아는 엔비디아 스튜디오 플랫폼에 최적화된 노트북에 대해 엔비디아 RTX 스튜디오 인증 마크를 부여함과 동시에 RTX 스튜디오 인증 노트북을 발표하였습니다. 인증 기준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Max-Q 기술이 적용된 경량화 디자인과 32GB 메모리, 500GB 이상의 SSD, i7급 이상 CPU, 튜링 아키텍처 기반의 지포스/쿼드로 GPU 등 상당한 기준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트북의 가격도 최소 $1,599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엄격한 기준과 관리를 통해 자사가 내세우는 플랫폼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판단됩니다. 그와 동시에 프리미엄 이미지 마케팅을 염두에 둔 선택이겠죠.
부스에서는 이렇게 RTX 스튜디오 인증을 만족하는 노트북이 다수 전시되었고, 또 직접 체험할 수도 있게 구성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노트북은 최신 부품과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걔 중에는 GPU만 수천 달러를 호가하는 쿼드로 RTX 5000(TU104 풀칩)이 탑재된 RAZER BLADE 15 STUDIO EDITION 모델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노트북으로 창작 활동을 화면 정말 쾌적한 성능을 보장받을 수 있겠죠.
한 가지 더, 듀얼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ASUS ZenBook PRO DUO도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상단은 16:9 비율의 4K(3840x2160) 디스플레이가, 하단에는 3840x1100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었으며, 상하단 모두 터치를 지원합니다. 이번 ASUS 프레스 이벤트에서 대대적으로 발표되었던 모델이기도 하고요. 전반적으로 부스 내부는 4K 영상 편집과 레이트레이싱 가속, 다빈치 리졸브에서의 AI 가속, 3D 렌더링 등 다양한 분야에 최적화된 RTX 스튜디오 인증 노트북을 배치함으로써 플랫폼의 확장성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크리에이터 콘셉트에 맞춘 부스 디자인이 인상적이었고요.
마지막으로 부스를 나오다가 마주친 RTX 노트북의 퀘이크 2 RTX 버전이 참 반가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게임이니까요. 하지만, 저 같은 FPS 마니아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20년 전 게임을 굳이 RTX 버전으로 만들어 기술을 홍보하는 것이 RTX의 현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서 더 많은 게임에서 RTX 기능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