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미의 MCM 구조를 실현하다 I/O 다이의 탑재로 정보 교환을 더욱 순조롭게
지난 수년간, AMD는 그야말로 발군의 성장을 보여주었으며,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불도저 아키텍처 이후로 오랫동안 암흑기에 빠져 있던 AMD였지만, 젠(Zen) 아키텍처를 탑재하고 출시한 라이젠(RYZEN) 프로세서의 등장은 그야말로 혜성과도 같았습니다. 각 코어의 성능이 떨어지는 대신 여러 코어를 묶어 강력한 힘을 발휘하려던 CMT(Clustered Multi-Threading) 방식에서 벗어나, 젠 아키텍처에서는 인텔과 마찬가지로 SMT(Simultaneous Multi-Threading)이 적용되었죠. 게다가 각 코어의 성능도 큰 폭으로 끌어올려 인텔 최신 프로세서를 빠르게 추격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라이젠 스레드리퍼 라인업은 어땠을까요? 젠 아키텍처는 인피니티 패브릭(Infinity Fabric, 통칭 IF)이라 부르는 인터커넥트를 이용해 확장성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AMD는 이러한 강점을 이용해 그간 인텔이 독점하고 있던 HEDT 시장에도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죠. 특히 2세대 라이젠 스레드리퍼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WX 라인업으로 강수를 두어 최대 32 코어 64 스레드라는 괴물 같은 코어 수를 일반 사용자가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조금 냉소적이었는데요. HEDT 및 워크스테이션으로 실제 전문 작업을 진행하는 사용자층은 시스템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HEDT 및 워크스테이션 시장을 인텔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기간이 길었던 탓에 관련 소프트웨어나 각종 서드파티(3rd Party) 플러그인 및 소프트웨어도 인텔 시스템에서 안정적으로 구동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가 많은 코어 수와 효율성을 강조하더라도, 이 부분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죠. 게다가 WX 시리즈는 4개의 코어 다이 중 2개의 다이에만 메모리 채널이 연결되어 있는 독특한 구조 때문에 영상 렌더링과 같은 작업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렌더 머신으로는 제격이었겠지만요.
결국, 3세대에 접어든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는 구조적인 부분에서 대대적인 개편을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PCIe가 3.0에서 4.0으로 전환되었고, 이에 따라 CPU 및 PCH(칩세트)에서 지원하는 PCIe 레인 또한 4.0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CPU와 PCH 간 통신을 위해 PCIe 4.0 x8 배속을 활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레인 수만 따지자면 CPU의 PCIe 레인 4개를 손해보게 되지만, PCH에서 지원하는 PCIe 레인을 24개(각종 포트를 제외한 PCH 16레인 제어)로 늘렸기 때문에 확장성은 오히려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TRX40 마더보드는 1세대 및 2세대 라이젠 스레드리퍼를 지원하지 못하게 된 점이 아쉬운 부분이지만요. 여기에 X399 마더보드 또한 3세대 라이젠 스레드리퍼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AM4 소켓처럼 X399 마더보드로 3세대 라이젠 스레드리퍼 프로세서를 활용하려던 사용자 역시 아쉬운 부분이죠.
다만 이런 마더보드 호환 문제를 납득할 수 있을 만큼 3세대 라이젠 스레드리퍼는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7 nm 제조 공정이 적용되면서 CCD 4개와 I/O 다이(12 nm)를 탑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캐시 용량 역시 CCD가 4개로 늘어난 만큼 32MB x 4 = 128MB로 크게 확충되었습니다. I/O 다이를 코어 바깥으로 독립시키면서 발생하리라 예상되었던 레이턴시 문제는 거대한 캐시 용량으로 메꾸고 있기 때문에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와 마찬가지로 게이밍 성능에서 큰 손해가 뒤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네요. 그야말로 코어 다이와 I/O 다이가 복합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멀티 칩 모듈, 진정한 의미의 MCM 구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코어 수가 늘어나면서 가격 역시 상승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AMD의 발표로는 64 코어 모델인 3990X가 존재한다고 밝혔지만, 현재 출시된 3970X와 3960X가 각각 $1,999 및 $1,399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부담해야할 비용은 이전 세대보다 증가한 셈입니다. 코어 수가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WX 시리즈보다 각각 $200 및 $100가 증가한 셈이기에 사용자가 이를 납득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강력한 성능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기나긴 설명을 지나,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테스트로 들어가 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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